관곡지 연밭을 다녀와서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어제오후 관곡지 연꽃을 보러나갔다
몸을 스치는 바람은 어제 젊은날 (여름에) 느끼는 바람이 아니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그런 아쉬움과 써늘함과 쓸쓸함과 외로움이 공존하는
그런 바람의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바람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건 어제(젊은날)는 정말 몰랐던것 같다
더군다나 붉은 노을이 지는 저녁바람이었으니 느낌이 오죽했을까?
그냥 인생에 대해 저절로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다
함께한 일행들은 열심히 사진작업들을 하시고 계셨지만 난 너무나 짠한 마음때문에
사색하며 연꽃동산의 산책로를 걷고 또 걸었다
연꽃잎도 한창때를 지났는지
화려한 자기 색을 들어내며 온전히 자신의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연은 없었다
약간 퇴색되어진 그런 색을 겨우 품고
스산한 바람을 맞고 있는듯 보였다
이제 연은 자손을 번식하고 번성시키라는 자연이 주는 자기의 본분을 다마치고
결실의 모습을 보이며 이제 얼마남지 않은 이땅에서 느꼈던 희로애락 마져도 놓아야할 즈음
찾아준
잠자리 한마리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갑자기
나는 누구이며 삶이란 뭐였던말인가?....
주변을 돌아보니 황량한 분위기에 나홀로 외로이 선 기분이었다
가슴이 뻥 뚤린것 같기도하며..... 가슴이 먹먹해온다
왈칵 눈물이 눈안까지 고인다
아~~ 인생이 이런 것이었구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없는줄알고 욕심부리고 미워하고 상처 주고 시기하고 질투하고....했던 것들이
덧없음을 느낀다
그러나 황혼이 처량한 것만 아니다
황혼은 이렇게 멋진 칼라를 갖고 있기도하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오늘, 이시간,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더라도
황혼의 아름다운 칼러를 발색하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야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