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적거림

나의 흰머리를 보며

솔올 2011. 4. 8. 17:23

 

 

 

 

지방에 있는 아이들을 보러 가기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예쁜 손자들 본다는 설렘과 여행을 한다는 설렘이 한데 어우러져 내 가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쉬움 하나가 있다  요즘 동네주변에서 피기를 기다리고 있는 매화나 산수유를

 

카메라에 담을 기회를 놓칠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 동네에도 더좋은 경치와 계절에 피는 꽃도 더 많이 있다

 

그런데 손자들과 노느라면 꽃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고 시간을 놓치면 그것들을 담지 못한 후회가 있을 것이다

 

 

표를 끊고 떠날 차비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렸다

 

볼일을 보고 나오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속에 유난희 흰머리가 눈에 띈다

 

그런데 그 흰머리가 얼마나 고맙게 느껴지는지 순간 나도 모르게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흰머리가 갑자기 너무나 예쁘게 느껴진다

 

 

요즘 사진을 찍으며 느끼는 행복감은 검은머리로 살때에는 상상조차 해볼수 없는 상황이었다

 

 

흰머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흰머리야 고맙다~~ 사진을 배우고 찍으며 자연을 깊이 조심스럽게 바라볼수 있게 되었고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눈과 마음을 그래서 새로운 삶,감격할수 있는 삶을 흰머리야 네가 주지 않았느냐" 라고

 

 

다시 생각난다 어느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송광사의 가을 풍경  사진을 보며

 

피사체를   진지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시며   그런 마음을 담은 눈을 통해 그 사물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아름다움을 찾아내시는 마음 자세를 느낄수 있었다

 

그때 그 현장에 같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런 시각과 마음은 미쳐 내게 없었다 아니 그런 자세로 자연을 바라 볼

 

줄도 몰랐다

 

그렇기에 내게 보내주신 사진은 내게 정말로 큰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삶 또한 그런 눈과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게 아닌가? 겸손하고 성실히 살았노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부족함이 많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60평생을 넘어 살면서 지금까지 갖어온 삶의 가치관도 내 자로 재서 만든 왜소함이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수 없다

 

 

아~ 사진은 나에게 세상에 새롭게 태어난 기쁨을 준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아쉬워 한번 더 삶의 시작을 준다해도

 

 깨달음이 없으면 또 오류를 범하는 삶을 살수 밖에 없다

 

 

 

지금 흰머리 그득한 62세의 할머니가 좋다 

 

흰머리가 예쁘다  너를 칭찬해 주고싶다

 

새로운 가치관으로 눈뜨게 해준 너의 흰머리 가득한 모습이 참으로 좋다

 

늙음은 세상에서 잊혀지고 소외되는 것이 아니다

 

검은머리때 안을 수 없었던 더 큰 세상을 안을 수 있고 더 큰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자인 것이다

 

내겐, 지금 이 흰머리의 늙음이 참 좋다

 

 

또 어떤 아름다움이 내게 다가올까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게 뛴다

 

나의 흰머리는  관심만 갖어주면 아름다움을  내게 주며 답례하는 모든 피사체와  연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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